누군가의 문을 두드리는 작은 행동이 한 사람의 하루를 구할 수 있다면 어떨까. 일본에는 수십 년째 그 일을 묵묵히 해온 여성들이 있다.

혼자 사는 노인을 찾아오는 여성들

1963년부터 일본 전국 골목골목을 누벼온 야쿠르트 아줌마들(ヤクルトレディ)을 아는가. 수만 명의 여성으로 이루어진 이 네트워크는 요구르트와 프로바이오틱 음료를 들고 매일 혹은 매주 가정을 방문한다. 처음에는 순수한 영업 활동으로 시작됐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들의 방문은 전혀 다른 의미를 갖게 됐다.

혼자 사는 노인에게 이 여성들의 발소리는 며칠 만에 들려오는 첫 번째 사람 목소리일 수 있다. 단골 어르신이 문을 열지 않으면 가장 먼저 이상을 감지하는 것도 이들이다. 공식적인 복지 시스템이 미처 닿지 못하는 곳에서, 배달 여성들은 조용히 사회 안전망의 역할을 맡아왔다.

[이미지: 일본 주택가 골목에서 보온 가방을 들고 초인종을 누르는 야쿠르트 배달 여성의 모습]

배달이 아닌 연결 — 일본의 숨겨진 복지 시스템

일본 정부는 2021년 세계에서 손꼽히는 이례적인 조치를 취했다. ‘외로움 담당 장관’을 별도로 임명한 것이다. 고령 인구 비율이 세계 최상위권인 나라에서, 사회적 고립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국가적 비상사태가 됐다.

그런 맥락에서 야쿠르트 아줌마들의 존재는 새롭게 읽힌다. 이들은 상업적 프랜차이즈 모델로 운영되지만, 어느 순간부터 지역 사회의 비공식 복지 시스템으로 자리 잡았다. 우체부, 편의점 직원, 택배 기사처럼 정기적으로 집 앞에 나타나는 사람들이 공공 복지의 빈틈을 채우는 ‘보이지 않는 인프라’가 된 것이다. 정책이나 예산보다 훨씬 앞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루틴이 먼저 작동하고 있었다.

한국도 남 얘기가 아니다 — 우리 동네의 고독

이 이야기가 일본만의 것이라고 넘기기엔 불편한 숫자들이 있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 중이며, 합계출산율은 역대 최저를 경신하고 있다. 도시와 농촌 할 것 없이 혼자 사는 노인 가구의 수는 해마다 늘어난다.

그렇다면 우리 동네에도 이런 ‘연결의 루틴’이 있을까. 아파트 경비원, 복지관 방문 요양보호사, 혹은 단골 반찬가게 주인 — 이미 우리 주변에도 비슷한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른다. 다만 그 가치가 충분히 인식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일본의 사례는 묻는다. 우리는 이 보이지 않는 연결을 사회적 자산으로 설계할 준비가 되어 있느냐고.

[이미지: 한국 주택가 골목에서 혼자 앉아 있는 노인과 그 앞을 지나치는 배달 오토바이의 대비 장면]

마치며

요구르트 한 병이 문을 두드리는 이유는, 결국 그 문 안에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나이 든 부모님께 가장 자주 전화하는 것도, 편의점 사장님이 단골 어르신의 빈자리를 알아채는 것도, 모두 같은 본능에서 비롯된다. 거창한 정책보다 먼저, 오늘 당신이 아는 혼자 사는 누군가에게 안부를 물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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